나는 운전병이라는 직책으로 군 입대를 한 사람이다. 하지만, 사회에서 운전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터라 군에서의 첫 시내 운전은 무서움으로 가득했다. 심지어 처음으로 운전하는 차가 첫 차로 몰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운 크기인 5t 트럭이었고 자대에서 내가 주로 운전한다고 전달받은 차량은 더 큰 11.5t 차량이었다. 아, 초장에 너무 세게 한 방 먹은 느낌이었다.
운전병은 매일같이 블랙박스 사고 영상을 본다. 그 영상을 보면 내 차가 사고 날 때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동기들끼리 이 영상 보면 운전 공포증이 생긴다는 얘기가 나왔을까? 그렇다 보니 실력도 없는 내가 운전하는 매 순간이 큰 사고가 날까봐 무서웠고 운전하는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하루는 11.5t 차량으로 간부님을 모시고 시내 운전을 나갔다. 근데, 신호를 잘 볼 줄 모르던 나는 교차로에서 신호를 어기고 좌회전을 해버렸다. 운이 좋아 당시에 사고가 안 났지만 자칫하면 수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그날 저녁 내내 그 좌회전의 순간이 머릿속을 떠나가지 않아 몸이 떨리고 나 자신이 무서웠다. 새벽에는 11.5t 차량을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는 꿈까지 꿨고 꿈이어도 내가 한 운전으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봤으니 공포감은 더 심해졌다.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차를 운전하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데, 나는 그 책임을 질 실력이 없는 운전병이라 느껴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근데 웃기게도 내가 있는 곳은 군대이기 때문에 도망가 봤자 어차피 나는 다시 잡혀 들어와 운전을 할 운명이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운전 실력을 늘려 선택에 책임진다' 뿐이었고 자연스레 어떻게든 버텨보자는 생각을 갖고 큰 사고 없이 지금까지 왔다.
여전히 나는 차량을 몰고 밖에 나가면 마음이 떨리긴 한다. 내 실수로 큰 사고가 날까 봐, 소중한 생명에 피해를 줄까 봐 매 순간이 긴장된다. 그래도 그 상황을 피하려 하지는 않는다. 즉, 이제 나는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을 회피하기보다는 부딪치려 한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기에,
이게 내가 군대에서 배운 정말 큰 것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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