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어떻게 작동되는 지도 모르면서 사용하는 것은 기계로부터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운전병으로 생활하며 수많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11.5톤 화물트럭인 프리마와 엑시언트, 대형버스 BS106, 그랜드 스타렉스와 K3, 코란도, 렉스턴, 5톤 메가트럭, 집게차, 5톤 윙바디, 2.5톤 탑차, 1톤 트럭등. 적고 보니 참 많긴 하다.
뭐튼, 누군가 내게 '이 차량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하면 내 대답은 '아니오'였다. 나는 차량 내부에 있는 버튼들이 각각 무슨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고 차량 관리를 어떻게 해줘야하는 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운전하는 차량은 승용차보다 크기가 큰 만큼 거대한 책임이 따른다 생각했다.
그래서, 잘 알고 싶었다. 자동차는 어떤 구조를 갖고 있고 어떻게 정비해줘야 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래야 사고가 나지 않을 테니까, 그래야 더 좋은 운전을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자동차정비기능사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다.
© Guido1982, 출처 Pixabay
이제 시험을 어떻게 준비했는지 말해보려 한다. 처음에는 인터넷 강의라도 들으면서 공부할까 했다. 하지만, 몰입도가 높을 것 같지도 않고 이 공부에 큰 값을 지불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어서 인터넷 강의를 구매하진 않았다. 그저 책 한 권을 사서 독학했다.
내가 산 책은 아래의 책이다.
왜 네이버 책에 이 「Pass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2021)」가 없는지 의문이다. 검색해도 나오지를 않는다. 그래도 때마침 내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서점이 교보문고였고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를 검색하니 이 책이 나왔다. 처음에는 책의 개념 설명 부분이 서술어미가 있는 문장으로 적혀있고 기출도 잘 정리되어 있다는 생각에 책을 구매했다.
처음에는 책의 개념부분을 읽고 문제를 풀었다. 기본사항 및 성능기준은 그런대로 풀렸을 지 모르겠는데 자동차 엔진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의 개념 설명만으로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새로운 책을 이용했다.
내가 이용한 책은 바로 이 책이었다. 이 책은 정말 쉽게 자동차 구조를 설명해줬다. 내가 물리학과 화학을 어느정도 공부한 상태여서 이해하기 편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게는 정말 간단하고 명료하게 자동차 구조에 대한 이해를 시켜주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며 자동차 구조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었고 어느 기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을 먼저 읽고, 읽은 개념과 공통된 파트를 문제집에서 찾아 개념을 읽고 문제를 풀어나가면 핵심을 이해할 수 있어 이렇게 공부해나갔다.
하지만, 나는 군대에 있어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훈련이나 일정이 잡히면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시간을 빼앗겼고 나의 나태함과 다른 분야 공부 욕심까지 합쳐져 결국 시험 2주정도 전에 이르게 했다. 어떻게 공부할 지 고민하던 그때, 지난번 자동차정비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던 친구가 해줬던 말이 기억났다.
"어차피 국기검(국가기술자격검정) 자동차정비기능사는 문제은행 형식으로 이루어져있어. 그러니까, 최근 기출문제부터 풀어나가봐. 계산문제는 몇 문제 없어. 또, 공식을 이해하고 다 외운 후 풀기는 어려울테니까 계산문제는 놓고 개념적인 문제만 다 풀어본 후에 그 개념만 암기해가면서 공부해봐. 그럼 시험 전주여도 합격할 수 있을 거야."
이 말을 바탕으로 섀시부분부터는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기출문제 풀이를 했다. 즉, 2주 전까지 엔진부분까지는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푼 상태였다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기출문제를 풀었고 시험 전날까지 약 3개년정도를 풀고 시험장에 들어갔다. 시험보는 날에는 내가 여지껏 풀었던 문제중에 '아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문항만 전부 다 외우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시험을 봤다.
© tjevans, 출처 Pixabay
시험을 본 날에는 합격했을지 아닐지 불확실했다. 맞았다고 확신했던 문제를 점수로 환산해보면 약 50점 정도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필기 시험 합격은 100점 만점에 60점을 넘어야 했기 때문에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주 금요일인 6월 4일에 결과가 나온 것을 확인해보니 75점으로 필기시험에서 합격해 있었다.
:)
시험 공부를 하면서 처음에는 본질적인 공부를 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정말 자동차 구조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고 정말 여러 기능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구나.' 공부를 하면서 배운 것들이 지금도 여럿 자동차 이야기에 많이 이용될 정도로 큰 도움이 되긴 했다.
하지만, 섀시 부분 이후로는 사실 완전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냥 문제와 답을 외우는 수준의 공부를 했을 뿐이기에 크게 남는 것은 없었다. 시험이 휴가 하루를 준다는 이유로 시험 합격에 목적을 두고 막판에 공부를 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는 나의 공부기간이었다.
이 시험 공부를 하면서 공학에 내가 관심이 없는 이유는 어쩌면 친절한 설명서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 공부를 하면서 내가 몰아치기 형식의 공부를 전에 많이 했었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꾸준히 공부하고 그때그때 복습하며 머리에 익히는 공부를 하자고.
© nguyendhn, 출처 Unsplash
이제 필기 시험을 합격했으니 실기 시험을 준비할 때이다. 실기 시험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걱정이 많다. 하지만, 또 열정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생각으로 공부하다보면 그 속에서 많이 배우고 합격으로 이어질 수 있겠지? 나는 열정과 노력을 믿고 계속 배우려고 한다.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시험에 합격했다는 것이 얼떨떨하기도 하고 자동차에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음에 감사하다. 이 글의 처음에 내가 남겨놓은 질문을 전역할 즈음에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그래도, 이제 자동차를 어떻게 조종하는지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운전병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인 병사의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기 | 코로나 19 (0) | 2021.06.23 |
---|---|
대형 차량 운전병 생활을 하며 배운 것, (0) | 2021.06.15 |
운전병 복무자가 운전병 지원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 (2) | 2021.06.14 |
2야수교, 제2수송교육연대를 수료하며, 제 2야수교에 대해 (0) | 2021.06.08 |
대형차량 운전병이 정리한 스틱차량 기어변속 방법 (0) | 2021.04.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