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내주신 제품을 먹고 몸을 긁기 시작해요. 어떻게 해야 하죠?"
회사에 들어와 처음으로 CS 업무를 진행했었다. 내가 가장 처음에 진행하던 입점 업무는 '전환율을 높이는 것'이 일을 잘한다 못한다의 평가 기준이었다. 그런데 CS, 즉 고객 서비스는 어떻게 행동해야 '일을 잘하는 것'인지 느낌이 안 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대체 어떻게 CS처리를 해야 잘했다고 하는 걸까?
의문감을 해소하고자 한 책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해답을 많이 얻어 내가 CS에 대해 이해한 부분을 나누려고 한다.
"고객만족 1등, 그것이 CS 팀의 목표입니다"
"네?"
대부분의 회사가 고객 서비스 팀원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고객만족 1등이 CS 팀의 목표입니다'라는 말이다. 사실 이걸 실무자 입장에서 들으면 추상적이고 뜬구름잡는 목표로 들린다. 정확히 고객만족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인 예가 없기 때문이다. 이 말에는 별다른 솔루션이 없기에 "친절하게 대응해주세요"라는 교육 내용과 다를 것이 없게 느껴진다.
그럼,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파악하는 게 애매하다면 만족시키지 못할 때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고객은 대개 자신이 기대한 것보다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실망한다. 그리고 요즘은 고객들이 네트워킹되어 있기에 실망이 일파만파하게 퍼져 나간다. 그래서, 사실상 요즘의 CS 업무는 1:1이 아닌 1:N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또, 최근 소비자의 구매 스타일이 기업 정보 참조에서 타 소비자 의견 참조로 변화해 상품에 대한 전파력도 고객에게 넘어가 있다. 그래서, 먼저 정리해볼 CS의 목표는 누구도 불만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우리는 어떤 것이 고객 만족인지에 대한 문제를 풀지 못했다. 그러니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감동은 무엇인지를 풀어 가보자.
고객은 언제 감동받을까?
결국 고객 감동의 기저에는 고객 문제 해결이 있다. 특히 저자는 원인이 고객의 귀책에 있을 때 고객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고객은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저자가 고객 감동의 현장으로 보여준 두 가지 예를 함께 보자.
한 고객이 있다. 자신이 예약해놓은 항공사 티켓이 있고 날짜가 다 되어갈 때 부득이한 일로 날짜 변경이 필요해졌다. 이때 고객은 티켓을 교환하면 자신의 귀책이기에 수수료를 물고 추가지출이 있을 것임을 안다. 그런데, 만약 직원이 같은 가격으로 티켓을 예약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충족됐기에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고객이 있다. 호텔 체크 아웃을 하는데 여권을 놓고 간 고객. 이때 직원은 고객이 여권을 두고 갔음을 확인하고 택시를 타고 공항까지 가 여권을 가져다 주었다. 이럴 경우에도 고객은 기대치 않았던 서비스를 받았기에 감동을 받는다.
두가지 사례 모두 고객의 귀책을 직원이 해결해줬다는 데에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은 해결 방법의 지속 가능성이다. 나는 여권을 놓고 간 고객을 공항까지 찾아가 전달드리는 것은 개인의 능력과 성향 덕분에 가능했기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반면, 첫번째 사례인 비행기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을 지원해주는 것은 시스템적 지원(직원이 일정을 바꾸는 고객에게 차액이 생기지 않게끔 지원하는 권한)이 충분했고,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객 대응체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직원이 이런 상황에 '문제 해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면 시스템을 잘 만들어 고객의 귀책일 때의 대응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문제의 원인이 기업이라면 문제가 해결되어도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고객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시간을 소모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 추가적으로, 업의 가치사슬을 우선적으로 파악해 이해하면 CS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통에서 상품 소싱, 배송, 에프터서비스까지 알아야 고객의 말과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자세히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서비스 업무를 잘했던 기업들
1) 자포스
자포스는 신발을 파는 회사였는데 고객이 원하는 신발이 자사 사이트에 없다면 타 사이트에서 뒤져서라도 갖다줬던 회사였다. 정말 고객을 위한 극단의 서비스를 추구했던 회사였다. 왜냐하면, 자포스는 인터넷으로 신발 판매를 했을 때 고객에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며 특히 제품 품질은 제조사의 몫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포스는 일찌감치 차원이 다른 서비스 품질에 집중했다. 구매, 배송 이후 주문 처리 등의 단계를 쪼개 고객 서비스를 발전시켰다고도 하니 말이다. 스스로도 신발 회사가 아닌 서비스 회사라고 할 정도의 회사였다고 한다. 자포스의 경영 철학은 서비스였고, 기업 문화의 중심은 고객이었으며, 수단은 신발 판매였다. 이 여러가지가 이유가 된 것일까? 자포스 고객의 재구매율은 매우 높았다고 한다.
2) 애플과 자라
애플과 자라는 끊임없이 고객과 소통하고 모니터링한 후 그것들을 데이터화해서 대응해 고객 불만을 감소시켰다고 한다. 자라는 고객 인사이트로 제품수를 늘렸고, 애플은 고객이 말한 불만, 칭찬, 제안성 아이디어를 수집 후 본사에 보고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특히 애플은 고객의 문의를 기다리지 않고 현장에 적극적으로 침투해 물어보는 업체였다고 한다.
이와 반대로 대부분의 기업은 CS에 있어서 효율과 비용을 최우선으로 집착한다. 그런데, CS를 '비용'으로만 보면 안 된다. 이는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고객의 만족 포인트를 적확하게 찾아내고 브랜드의 메세지가 잘 전달될 수 있는 고객 경험 설계를 가능케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방법
이런 고객 서비스를 잘한 기업과 같이 고객과 소통을 하다 보면 결국 '만족시켜야 할 포인트가 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이런 기업은 무엇에 집중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질 확률이 높다.
저자는 고객 만족도를 고객의 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했다. 결제, 상품 선택 시간, 불필요한 시간, 고객이 가진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시간등을 말이다. 결국 고객 만족 = 품질 - 가격 - 고객의 불필요한 노력(시간, 비용)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따라서, 고객만족 추구의 담당자는 상품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고객이 지불하는 재화 가치보다 커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CS 담당자는 상품 품질을 통제할 수 없기에 상품의 탐색과 구매, 상담 과정과 상품 구매 이후 고객의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이 소모되지 않게 해야 한다. 결국 한 번의 접촉만으로 고객의 문제 해결이 가능한 기업이 고객의 시간과 노력을 감소시켜 경쟁력이 증가한다.
이때 고객이 추가로 투입하는 불필요한 노력을 비용으로 산정해 고객 보상 비용으로 만들어주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특히 고객이 추가로 투입하는 불필요한 노력이 커질수록 고객이 지불하는 재화와 가치가 커지므로 불만속도가 올라간다. 그러니 결론적으로 고객의 편익은 UP 시키고, 비용은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사업 초기에는 일단 팔고 이익을 남겨야 기업이 살아남기 때문에 영업이 중요하다. 이때, 기업의 영속성과 성장을 위해서는 고객이 자율적으로 찾아오게 만드는, 고객과 함께하는 순환고리가 필요하다. 어쩌면, CS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픽스에 따르면 좋은 제품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되려, 철저히 고객을 살피고 연구해 불편한 점을 기업이 해결해줄 때 지갑이 열린다고 한다. 그래서,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고객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내부 효율화해 접목시키는 것이 기업이 성공하는 방법일 수 있다. 성공하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고객 가치를 생성하고, 실패하는 기업은 언제나 재무적 성장과 경쟁 우위 확보에 집중한다.
CS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기업의 시각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은 CS 자동화를 확대하는 것을 보아 CS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라고만 바라보는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CS를 경쟁력 재고를 위한 '전략적 활용 가치'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담당자들에게 적극적인 활용 방법과 혁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가령 현재의 콜센터는 자동화나 인공지능이 접근하기 힘든 감성적 연결을 목표로 하되 기업의 감지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을 지향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한 대표적이 사례로 앞서 말한 자포스를 다시 볼 수 있다. 자포스는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가 경쟁력이었다. 매출이 아닌 재구매율을 최우선 수치로 삼았기에 CS팀이 얼마나 많은 콜수나 업무 처리를 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신속하게 전화를 받고 친절하게 응대했는가를 평가받았다.
그래서, 자포스는 5,000콜에 500명을 사용했지만 (고객 서비스 우선 정책) 우리나라는 4~5만콜에 700명을 사용한다. 즉, 이렇게만 봐도 우리나라는 CS 문제를 효율성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다. (매출과 수익이 최우선이라)
물론 고객과의 소통, 고객 관리는 운영의 효율화와 고객 서비스 품질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러니 의미 없이 고객 만족도만 높일 게 아니라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 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재고해봐야 한다.
고객 만족도 관리의 목적은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선택받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이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 재구매율이다. 고객만족도 향상 노력과 고객 선택이 연계되어 관리되고 있는지 보려면 재구매율을 확인해야 한다. 사실, 고객 만족도가 고객 충성도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없고 그저 저자도 경험상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낮아지면 악영향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이제는 CS를 수익으로,
앞서 말했듯 고객서비스의 진정한 척도는 현재의 만족,불만족이 아니라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 고객 행동에 있다. 그럼 이렇게 CS를 통해 소통한 내용을 바탕으로 단순 만족도를 높이는 것 외에 고객이 구매하게 만드는 다른 방법은 없는 걸까? 한 예를 보자.
한 놀이공원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그가 고민을 했다. '왜' 고객이 놀이기구 기다리는 시간을 따분해할까? 시간이 길어서? 처음에는 이 문제를 고객과 교류하며 들어보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해 돈을 벌고 싶다면 '왜'가 아닌 '어떻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어떻게'그 시간을 따분하게 만들지 않을까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시간이 긴 게 문제였다고 정의됐을 때 마냥 시간이 준다고 과연 안 따분해할까? 아니, 시간이 줄어도 사람들은 따분해할 수 있다. 오히려 줄을 꼬불꼬불 만들거나, 거울을 만들어 사진찍게끔 만들거나 하는 방법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쉽게 말해, CS를 통해 문제를 정의하기 위한 '왜'의 질문을 풀고 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떻게'를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그럼 CS를 수익으로 연동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신기하게도 고객은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지만 특정 상점(판매처)을 찾는 이유는 쇼핑 과정에서 얻는 경험 만족에 있다. 그러니, 직원에게 '서비스 1등'같은 거창한 말은 적어두지 말고 차라리 권한을 많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호텔방 예약 취소 같은 정도는 앱일지라도 직원이 할 수 있게끔 말이다.
아직 몇몇 회사는 CS직원에게 '규정'을 제시해 교통사고 당한 사람이 한약 한 개를 더 처방받지 못하게 한다. 문제를 가진 고객에게 적용되는 규정이 강화될수록 브랜드에 대한 실망은 커진다. 이 사실을 잊지 말자.
또, 디지털 환경은 인간의 수고를 많이 덜어주나 '고객이 신경 쓰고 해야 할 일'은 오히려 늘어난다. 시장은 명품 브랜드, 혁신적 특화 상품이 아닌 이상 상품만으로 차별화하기는 어려워졌다. 그러니 고객 서비스의 디지털화에 대한 경계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끝으로, 물건을 판매할 때에는 CRM에 집중하는데 막상 상품 구매 이후에는 획일화된 태도로 대할 때가 많다. 그것보다는 상품 구매 이후에도 CRM에 집중해 기업이 성장할 동안 옆에서 함께 꾸준히 가는 고객에게는 불만 관련 정책도 차별화하는 것이 어떨까?
느낀 점 및 배운 점
앞서, 이 책을 읽는 데에 시간도 오래 걸렸고 리뷰를 작성하는 데에도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런 만큼 CS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나게 높아졌고 책의 여러 사례를 보면서 어떻게 CS를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확실히 잡혔다.
이전에는 나 역시 CS를 효율성의 관점에서 바라봤지만 이제는 CS가 하나의 기회고, 고객 서비스가 회사가 발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정중하게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나도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 서비스가 좋은 브랜드면 관심이 가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나도 고객 서비스가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 몰에 대한 믿음을 주셨던 분들께 보답을 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제부터는 생각 말고 행동으로 옮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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