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라는 단어는 여전히 내게 어려운 단어다. 일상에서 꺼내기 어려운 단어이며 함부로 얘기하지도 못하겠는 단어이다. 성욕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성욕, 섹스를 너무 무겁게 바라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만나볼 수 있는 넷플릭스 프로그램, 투 핫 투 핸들 시즌 2 :: Too hot to handle season 2 를 본 이야기를 적어보려 한다.
음,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문화충격이었다. 살면서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 계기는 유튜브였다. 유튜브의 몇 영상을 통해서 투 핫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영상을 보면서 투핫은 정말 접해보지도 못한 이야기들이라고 느꼈다.
나는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내가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을 본 것은 대학생이 된 이후 몇몇 익명 커뮤니티에서 뿐이었다. 원나잇에 대해서도, 가벼운 만남에 대해서도, 파트너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실명을 오픈한 친구들과 얘기한 경험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런 면에서 투 핫의 주제는 내게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볼 생각을 안 했다. 그런데, 문득 실제로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사는지 궁금해서, 또 이게 어쩌면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될 수 있는 기회이겠다는 생각에 보고자했다.
"관계는 잘될 수가 없어요. 이상하지만 전 부정적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에밀리에게 헌신하기가 쉽지 않아요.
진지한 관계에 헌신하는게 너무 겁이 나요.
그 관계가 잘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요"
이 말은 캠이라는 출연자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대부분의 출연자는 투핫이라는 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할 때 위와 같은 마음을 갖고 출연했다. 원나잇, 섹스와 같은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진지한 만남을 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각자 다르겠지만 캠의 대사를 그 이유 중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헌신했지만 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기에. 어쩌면 앞으로의 쾌락을 즐길 수 없기에, 과거에 받은 상처가 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그런 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런 마음을 갖고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진지한 만남을 하게끔 유도한다. 그 방법으로 이들이 합숙하는 기간동안 일체 스킨십을 금지시킨다. 키스도, 애무도, 섹스도 모두 금지된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길 경우에는 참가자들이 합숙 기간이 끝났을 때 받을 수 있는 상금이 대폭 감소한다. (백~천만원 단위)
그렇기에 이들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성욕이 들끓어도 같이 생활하는 인원들을 위해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려 한다. 하지만, 여지껏 가벼운 만남을 가지며 살아왔던 사람이기에 처음부터 규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래서 프로그램에서 MC역할을 맡은 AI인 라나가 참가자들이 규정을 지킬 경우에는 보상을 준다. 또, 워크숍을 열어 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게도 한다.
라나가 주는 보상은 단둘이 즐기는 데이트 시간도 있고 키스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
- 난 너랑 있으면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아, 정말이야.
- 서로에게 동기를 부여하는구나.
- 넌 나한테 잘해줘. 애들한테도 그렇게 말했어.
너에 대해 좋은 말만 해. 안 좋은 점을 찾아볼 수가 없어.
"
"전 재수 없는 남자만 만났어요. 자기가 최고인 줄 알고 저를 항상 무시하면서도 자존감은 낮은 남자들이었는데 조이는 그 반대에요. 제게 좋은 영향을 줘요. 내가 상대에게 주는 만큼 얻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죠."
합숙이 끝나가는 시점에 위와 같은 대사가 나온다. 두 대사는 체이스라는 출연자와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다가 체이스가 진심을 잘 표현하지 않기에 관계를 마무리하고 조이라는 출연자와 만난 이후 칼리가 하는 말이다.
조이는 칼리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고 칭찬을 많이해주고 좋으면 좋다고 많이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일까 칼리는 조이를 만난 이후 실제로 웃음이 더 많아지고 조금 더 자존감이 높아진 모습을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진지한 대화가 없다면, 서로가 진솔하게 표현하는 시간이 없다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잠시 본성적인 부분은 뒤로 미루고 서로의 마음을 만나보고, 서로의 오해를 풀어보며 가깝고 깊은 우정을 쌓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그러니까, 본성적인 것보다는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그 순간의 쾌락이 아닌 삶의 전반적인 부분이 행복으로 가득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가벼운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진지한 만남을 갖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
사람은 모두 성욕을 갖고 있다. 본능과 감정에 의해서라면 더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이성과 만남을 갖고 싶어한다. 실제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들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 이성과의 만남(불륜)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익명 커뮤니티에 가봐도 결국 이것이 당연한 것이며 이렇게 사는 삶이 틀린 것이 아닌, 본성적인 당연한 것이라 말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의 본능적인 마음이 그럴 수는 있다. 하지만 내게는 책임, 정, 신뢰와 같은 단어의 가치가 더 크다. 그래서 나는 가벼운 만남을 멀리 하며 진지한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게 나를 믿어주고 좋아해준 사람에 대한 예의이고 보답이기 때문이다. 또, 쾌락과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히 다른 것이며 좋아하는 마음은 내게 너무도 희소성있는 소중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쾌락과 좋아하는 마음 중 더 건강한 선택은 분명히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프로그램은 내가 잘 모르고 있던 가벼운 만남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생각하는 정신적 건강은 내 깊은 마음 속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나를 마주하는 과정이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연애(진지한 만남)라는 과정은 서로에게 정신적 성장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특히 방어기제를 풀어가는 과정으로부터 말이다.
가벼운 만남이 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진지한 만남은 갖고 있다. 진지한 만남도, 가벼운 만남도 모두 잃고 얻는 것이 있겠지. 그런데, 가벼운 만남으로부터 얻는 것은 너무도 순간적인 쾌락이라 생각한다. 내게는 큰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그것을 더욱이 느꼈다. 본성은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소중하고 진지한 만남을 가질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으로부터,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고 더욱 가벼운 만남을 멀리할 것 같다. :)
'읽고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펜트하우스 시즌 Ⅰ,Ⅱ,Ⅲ』 리뷰 :: 극적인 드라마를 떠나보내며 (0) | 2021.09.22 |
---|---|
현역 군인의 「넷플릭스 DP」리뷰, 지금 나의 군생활은 어떨까, (0) | 2021.09.21 |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 이런 드라마 어디 더 없나요? 제발 ,, (0) | 2021.09.20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리뷰, 꼭 봤으면 좋겠는 드라마 (0) | 2021.09.19 |
『강철부대』, 끝까지 쥐어짜낸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 (0) | 2021.06.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