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도 따뜻해지고, 평온하고 소소한 일상이 이토록 소중한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나도 소중한 친구들과 많은 추억을 쌓고 싶게 만들어주며,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게 해주고,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돌아보게 해주는 등 너무 많은 영감을 주었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어제 그 막을 내렸다.
나는 슬의를 9월에 처음 봤다. 친한 누나가 이 드라마 정말 좋은 드라마라고 보라고 추천을 해줬고 넷플릭스에 있는 김에 처음부터 다 봤다. 솔직히 정주행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웠던 부분은 있었다. 바로, 러닝타임. 한 회, 한 회가 거의 1시간 30분 넘는 분량을 가진 게 생각보다 너무 많았다. 영화 한 편의 분량보다 긴 한 회도 있으니까 시간적인 부분이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들 속에서 영감을 주는 드라마이기에 드라마가 흘러가는 플롯은 각 회가 비슷하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길 바라는 사람의 입장에서라면 이 드라마가 재미있지 않을 수도 있다. 정주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조금은 루즈해졌던 감이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이 드라마를 너무 재미있게 봤다.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고 느낀 점이 많았다. 드라마 속 인물들이 모두를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슬의 관련 영상들의 댓글을 보면 이런 댓글이 있다. "이 드라마는 악역이 없다". 정말 이 드라마는 악역이 없다. 그래서 더 보기 좋았고 자극적이지 않아 마음이 평온해졌었다.
드라마 속에서 각자 모여 즐겁게 웃고 있는 모습도 너무 좋았고 다 같이 어떤 밥을 먹을지 고민하는 것도 좋았고 어떤 노래를 오늘은 부를지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 꼭 구구즈라고 불리는 주연 5명이 아니더라도 다른 인물들이 함께 얘기하는 장면도 너무 좋았다. 뭐랄까, 전에 봤던 멜로가 체질이라는 드라마의 느낌이 물씬 나는 따뜻한 분위기였다. 멜로가 체질에서 여주인공 3명과 남동생이 앉아 얘기할 때의 느낌이 들었달까.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른 여러 생각들이 있었고 그 생각들을 하나하나 글로 표현해 남겨놓으려고 한다. 아, 정말 글감을 많이 적어뒀다. 그만큼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다는 의미이다. 나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드라마, 너무 고마운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다.
이 드라마는 아무래도 의학 드라마이다 보니 사람을 살리는 순간의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온다. 특히 수술을 마친 의사가 환자의 보호자에게 수술이 잘 끝났다고 말하는 것과 결과가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 한다고도 많이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에 두려움과 미안함, 책임감등 다양한 감정이 의사들의 어깨를 얼마나 무겁게 짓누를까? 나는 정말 그런 장면들을 보며 의사들을 더 존경하게 됐다.
또, 드라마를 보다보면 긴급 수술을 해야 되는 순간이 온다. 추민하 선생이 산모를 수술해야 하는 순간이 그 예이다. 그런데 그때 추민하 선생은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 나온다. 자신이 잘못했다가 환자의 생명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모르기에 아마 그런 것 아닐까? 이외에도 안정원 교수가 소장 이식 수술을 하는데 많이 해보지 않아 어려움을 겪어하는 모습, 그리고 김준완 교수도 종종 수술이 어렵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능력, 다시 한번 능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내가 능력이 있어야 내가 하는 일에서 책임을 질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능력이 있어야 다른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더 넓게는 도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깨달았다. 나만 능력이 있는다고 이 세상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나 말고 내 후배로 들어오는 사람들도, 어쩌면 내 선배들도 능력이 있어야 더 여러 상황에 세상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대처할 수 있다. 나 혼자 세상 모든 일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더 봉사하고 내가 교육해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나누고자 다시 한번 마음 먹었다. 그 전에 나부터 능력을 쌓고 말이다. 능력, 정말 능력이 있어야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니.
이렇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구구즈들이 밴드 활동을 하는 모습이 매 회 한번씩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서 부러웠다. 나도 동기들, 아니면 어떻게 형성된 그룹이어도 괜찮으니 저렇게 다함께 즐길 수 있는 그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같이 모여 하는 활동을 다들 좋아하는 모습이 있다.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다섯명이 모인 것이다. 그래서 더 부러웠다. 함께 모여 함께 하는 활동이 모두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것 같아서.
나도 밴드 들어가볼까? 하는 생각이 드라마 보는 내내 들었다. 솔직히 꼭 밴드가 아니더라도 그냥 이렇게 끈끈한 친구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부럽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내게 어떤 사람이 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좋은 예를 많이 보여줬다. 안정원 교수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이었다. 이익준 교수는 일할 때에는 자신의 일에 책임을 다하지만 가볍고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도 될 때에는 모두를 즐겁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채송화 교수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며 자신이 맡은 일에 있어서는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김준완 교수는 환자를 대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진심이었고 정성을 다했으며 침착하게 환자의 입장에서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양석형 교수는 조용한 듯 하지만 언제나 환자를 많이 생각하고 있고 환자의 입장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언제나 치료방법을 고민해주는 사람이었다.
많이 배웠다. 나도 이익준 교수처럼 친구들과 있을 때 조금은 더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도 안정원 교수처럼 다른 사람에게 부드럽게 얘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도 채송화 교수처럼 내가 맡은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공부하며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도 양석형 교수처럼 주변 사람에게 진심이고 긍정적이며 현실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도 김준완 교수처럼 때로는 냉정하고 그러면서도 배려하며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누군가를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바로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각자의 일상을 온기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능력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멋졌다.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 드라마를 가득 메우니 나도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지기도 했었다.
너무 많이 배웠고 너무 많이 힐링했고 너무 즐거웠다. 앞으로도 이런 드라마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각자 대화를 많이 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부드러운 드라마가 나왔으면 좋겠다.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건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내 주변의 일상을 잘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소중했고 고마웠던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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