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읽은 계기가 매우 독특하다. 나는 이 책을 「까탈로그」라는 뉴스레터에서 추천받아 읽었다. 내가 말로는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클래식이라는 분야는 접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읽었다.
솔직히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내가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생기지는 않았다. 책의 분량이 길지도 않으며 잘 모르고 있는 클래식 개념들을 읽으면서 받아들이는 데에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억하는 부분은 너무도 적다. 그래도 책을 읽으며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서 일을 하는 방법을 배웠다.
저자는 얘기한다. 음악을 과연 글로 적어야 하는 것일까? 어떤 표현을 꼭 해야 하는 것일까? 그냥 음악은 음악으로 말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 부분에 회의를 느껴 자신이 클래식을 들으며 글로 적은 것는 행동에 대한 회의를 느낀다. 그런데,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냥 그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되면 그걸로 된 것 아닐까?
음악의 재료는 어떤 법칙이나 공식이 아니라 추상적인 생각, 구체적인 경험일 수도 있다는 걸 그제야 알았다.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코난북스, 2021, 21쪽
저자는 작곡을 배웠다고 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작곡 인생이 허무하게 끝났다고 한다. 그렇지만, 공부를 했기에 위대한 선율이 얼마나 귀한 것이고 아름다운 음악은 또 얼마나 어렵게 아름다운지 안다고 말한다. (같은 책, 27쪽)
요즘 나도 공학을 공부해 어떤 개발이나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줄어든다. 공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도 하고 하나의 길만 계속해서 걸어가는 것에 지루함을 느끼는 스타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공학 공부의 회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보면 좋겠다고 느꼈다.
나도 내가 공부를 하겠지만 개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그 개발이 얼마나 위대한지 사람들에게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것 또한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이런 식으로 느낀점을 정리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사람들이 비주류라 여기는 클래식이라는 분야에서 클래식을 소개하는 에디터. 정말 어렵고 대중적인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을 것 같다. 그런 고민을 해소해가는 과정과 이야기들이 재미있었다.
앞으로 클래식을 듣는 시간을 조금 늘려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아래는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글귀들이다.
"브라이언 이노처럼 시대를 읽는 지적인, 성공한 예술가로 살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중략)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해럴드 C.숀버그처럼 카리스마 있는 문인으로 늙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한다."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코난북스, 2021, 38-39쪽
"나는 나와 비슷한 또래이면서 자유롭게,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예술가들을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꽤 오래 그랬다. 질투 같은 부정적인 의미는 모두 빼고 정말로 순수하게 부럽다. 나와 비슷한 시대 풍경을 성장 과정으로 삼고도 클래식 음악을 하며 사는 용기에 대한 존경심, 내가 가지지 못한 타고난 재능에 대한 본능적 관심, 같은 걸 좋아한다는 괜한 친밀감 같은 감정이 한데 뒤섞인다."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코난북스, 2021, 85쪽
"대부분의 음악 선생님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몇 번의 몇 번째 마디를 어떻게 쳐야 하는지 열심히 가르친다. 다이내믹을 어디에서부터 부여하면 좋을지, 손가락을 어떻게 훈련하면 좋을지에 대해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할지, 모차르트를 오늘날 연주하는 젊은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연습실에 앉아야 하는지가 훨씬 중요할 수 있다."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코난북스, 2021, 87쪽
"잘못을 인정하며 살아갈 용기가 나에게도 있나. 내가 바라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나는 나의 과거까지 보듬어 챙길 수 있나. 별로 자신이 없다. 돌아보면 늘 어설펐던 일들만 가슴에 남아 있고 고개를 저어 떨치기 바쁘다. 독일 그리고 에스티가 그랬던 것처럼 고통과 슬픔, 반성을 예술로 승화하는 능력을 나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그렇게 좀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박력 같은 것을 갖고 싶다."
김호경, 『아무튼, 클래식』. 코난북스, 2021,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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