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컨택트를 봤다. 군대에 입대한 후 테드 창의 소설 <숨>과 김초월의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SF에 관심이 많아져서인지 또 한번 SF영화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게 보게 됐다.
+ 사실 1900년대에 나온 '컨택트'라는 영화를 고등학교 때 학원 지구강사 선생님이 강추하셔서 보려다가 그게 Netflix에 없었는데 컨택트를 검색하자 이 컨택트 영화가 나와서 흥미로워 보여 보게 된 것도 있다.
단순히 영화의 줄거리를 나열하기 보다는 내가 느낀 바를 중심으로 작성해보려 한다. 사실 나는 영화 중간 중간에 명쾌하게 영화가 이해가 가진 않았다. 시간이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는 느낌이랄까. 어떤 것이 과거이고 어떤 것이 현재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령 아이에 대한 기억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서랄까.
하지만, 영화 막바지에 루이스가 이안에게 "내 남편이 왜 떠나갔는지 알 것 같아요"라고 말을 한다. 그러자 이안은 루이스에게 "당신 결혼했었어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헵타포드의 문자에서 알 수 있듯 루이스는 미래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결합해보면서 그 혼란스러웠던 영화에 대한 이해가 풀렸다. 루이스가 계속해서 떠올렸던 아이의 기억은 결국 자신의 미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루이스가 "이 아이는 누구지?"라고 말하는 것에서 그것이 정말 자신의 미래임을 알게끔 해준다.
그렇게 해서 결국 나름의 줄거리를 이해하게 된 영화를 내 견해를 바탕으로 풀어보려 한다.
Despite knowing the journey and where it leads... I embrace it.
(출처: 영화 '컨택트(2016)')
여럿 블로그 리뷰에서 보듯이 이 영화는 카르페 디엠을 이야기하는 듯 하다.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집중하여 살아가는 모습.
영화 속 루이스는 미래를 알고 있다. 자신이 이안과 결혼하게 되면 이별하게 될 것을, 자신의 아이가 빠른 나이에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결국 자신이 혼자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안과의 결혼을 택하고, 아이를 낳는 것을 선택한다.
미래에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알면서도 그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고,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해서 그 순간을 잡는 것. 과연 나였어도 그랬을까. 어쩌면 미래를 알기에 그것을 피하려 하지는 않았을까.
아니 그것보다 내가 미래를 안다면 그 미래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들었을까? 잘 모르겠다. 여하튼 영화 속 루이스는 결국 '현재를 잡는'선택을 했다.
끝으로, 영화 관람객의 평점에 이런 말로 마무리를 지어본다.
"다 알고도 정말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출처: 영화 '컨택트(2016)' 네이버 평점)
역사
"원주민들이 어떻게 됐는지 알죠? 더 고도의 과학을 가진 문명에게 말살당했소."
(출처: 영화 '컨택트(2016)')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때 주로 역사를 포함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는 방법은 논리 혹은 과거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학자인 루이스가 외계인과 소통하는 방식을 단어를 알려주며 소통의 정확도를 높이려 하는 것을 택했다고 말할 때 작전을 지휘하는 대령이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대령의 판단은 틀렸다. 루이스는 더 고도의 과학을 가진 문명에게 말살당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표의 문자를 이해하게 되고 소통에 성공해 그들이 이곳에 온 이유를 알게 되고 새로운 문명과의 전쟁이 아닌 인류끼리의 전쟁을 막아내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그래,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다. 우리가 어떤 역사적 사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냐에 따라 '어떤 것이 반복되는 지'는 다르단 것이다. 어쨌거나 결과를 도출하는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사적 사실에만 매몰차게 집중하기 보다는, 때로는 논리적인 생각이 더 옳다고 느낀다면 그대로 가는 것도 맞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적 사실의 해석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생각은 언제나 반대로도 적용시키자. 논리보다 역사적 사실이 성공적인 길을 안내할 수도 있으니 양쪽의 중립에 잘 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내 생각이지만 새로운 생명체와 전쟁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한들 어차피 '과학문명의 고도성'이 그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지 않겠는가. 그러니 대화는 굉장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명체든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고 (물론 또 그 생명체는 마주한다는 개념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대화를 하면 조금 더 서로의 마음이 부드러워질지도 모르니까.
형태
나는 영화에서 생각 두 개를 어떤 형태로 그려내는 지에 주의를 기울이며 봤던 것 같다.
가장 먼저 외계인의 형태. 지난번에 어디에서 본 글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실 외계인을 그려낼 때도 우리가 여지껏 봐왔던 경험들을 바탕으로 외계인을 그려내곤 한다. 발과 얼굴, 손 등을 그려내며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과 유사하게 그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서 어떻게 외계인의 형태를 그려내는지 궁금했다. 이 영화에서는 마치 콜라병이 뒤집어진 듯한 외계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발이 손이 되기도 했다(한가지 형태가 두가지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이것도 결국 우리가 여지껏 봐왔던 경험에서 만들어진 것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하여 나중에 내가 외계인을 그리게 된다면 어떻게 현실적이면서도 말도 안되는 그런 외계인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미래를 안다는 것의 형태. 사실 미래를 아는 사람이 미래를 어떻게 보는 것이고 어떻게 미래를 아는 것인지는 여러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가령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웹툰에서는 딘이라는 등장인물이 순간적으로 다음 장면을 보며 미래를 읽는다. 그리고 그 미래를 보는 순간이 굉장히 짧아서 현세에서는 곧바로 동작할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루이스가 미래를 떠올리는 기억을 하게 되면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 이건 긴 미래를 알 때 나타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저렇게 여러 미래에 대한 모습들이 순간적으로 머리에서 회상하듯 스쳐지나갈 때 그 미래가 떠올랐던 기억 하나하나가 경험이 되어 마치 미래가 과거의 일로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미래를 아는 사람이 미래를 떠올리는 형태겠구나 생각했다. 정말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미래를 안다는 것은 4차원의 존재에겐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우리가 3차원에 살면서 2차원의 존재에서는 시간축으로 사용하는 것을 하나의 공간축으로 사용하여 2차원 생물이 사용하는 t축의 양과 음의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듯이 4차원은 우리에게 있는 시간축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4차원에 사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지 궁금했는데 기억과 같은 방법으로 보여줘서 재미있었다.
끝으로,
너무 재미있게 봤다. 물론 중간중간 잠들기도 했지만.. 그건 요즘 근무를 너무 많이 서서 피곤한 탓임이 크고! 영화 자체의 긴장감이 높아서 재미있게 봤다.
우선 컨택트, 영화 제목의 뜻 자체는 '접촉' 혹은 '만남'을 의미한다. 우리가 외계의 생명체와 만나게 된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를 그려내는 이 영화. 내게는 컨택트라는 영화와의 컨택트가 새로운 느낌을 주게 되어 또 여러가지를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
더하여, SF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 고등학교 때 문학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대학교에서 시를 적어보려고 했는데 교수님이 너는 정말 아니라고 해서 접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이다. 사실 그 이후로 문학에 대한 것은 나도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 같다. 그 대단하다고 느낀 문학 선생님도 하지 못했던 것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과학에 대한 흥미와 또 과학에 대한 이해가, 그리고 영상과 문학 그리고 글을 적는 것에 대한 관심이 하나로 합쳐지면 SF영화를 만드는 것이 내게는 너무 크고 재밌는 도전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 뭔가 SF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어졌다. 내가 여러 책을 읽어가며 세계관과 통찰력을 넓혀가고 여러 도전을 해나가다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는 SF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것이 어쩌면 미래의 내 꿈이 될지도 모르고, 내 직업이 될 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이 영화를 본 오늘이 그 꿈을 이뤄나가는 전환점이 되는 날일 것이다. 이렇게 또 나에 대해 이해를 키워나가게 해주는 영화 '컨택트'에 고마우며, 나 역시 현재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겠다.
Non Zero Sum Game
그렇다고 음(-)이 되는 일도 없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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